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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전자 동공 적외선 추적…졸았더니‘삑~’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 가보니…
눈동자·안면인식 300개 점으로 실측
DSW 기술로 부주의땐 단계별 경고
현대 상용차에 2021년부터 탑재
자율주행 선행기술 세계 최초 적용
현대모비스가 전 세계에서 최초로 양산차에 적용하는 ‘첨단 운전자 상태 경고시스템’은 운전자의 이목구비와 동공의 움직임을 실측해 대형사고를 막는 전에 없던 기술이다. 시제품을 통한 본격적인 테스트는 올해 이뤄진다. 현대모비스는 2021년 현대차에서 출시하는 상용차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 제공]
15인승 버스 ‘쏠라티’에 장착된 DSW 모니터링 시스템 모습. 실제 차량엔 지저분한 모니터와 선들은 사라지고 계기반에 보이지 않는 카메라만 장착된다. [정찬수 기자]

#. 현대차 15인승 버스 ‘쏠라티’ 운전석에 앉자 옆에 설치된 모니터에 운전자의 동공 방향과 코, 입, 귀 주변을 표시하는 직선과 점이 나타났다. 센서가 인식한 안면 정보에서 운전자의 표정에 따라 졸음운전과 피로 누적 등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계기반에 숨은 카메라는 적외선을 동공에 투영해 운전자의 주의 수준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는 차량에 내장된 알림 기능과 연동돼 위험 상황에서 소리와 진동으로 운전자에게 경고음을 냈다.

신년을 맞아 방문한 현대모비스 기술연구소는 자율주행과 커넥티비티, 전동화 핵심부품 등 3000여 명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 연구개발 헤드쿼터다. 외장을 분리해 뼈대만 남은 차량에 각종 장비를 얹은 테스트 차량과 꽉 찬 회의실에선 젊은 엔지니어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이곳에서 개발한 ‘첨단 운전자 상태 경고시스템(DSW·Driver State Warning system)’은 완전 자율주행 시대에 앞서 현대모비스가 전 세계 최초로 적용한 최첨단 기술이다.

개발을 주도한 조덕연 현대모비스 전자제어시스템설계팀 책임연구원은 “인공지능 등 시스템에 학습효과를 높인 탑승자 센싱 기술은 완전자율주행을 위한 필수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선제적으로 개척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며 “분야별 개발팀과 SW팀 등이 협업으로 이뤄지는 대부분의 자율주행 연구는 오는 2021년부터 그 빛을 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곁으로 온 자율주행 시대…2021년 상용차 탑재=DSW를 개발한 전자제어시스템설계팀은 차체와 통신을 비롯해 인캐빈(in-cabin) 등 자동차에 들어가는 주요 전장부품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는 SW(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하는 부서다.

자동차 실내 기술에 집중된 인캐빈은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앞두고 현대모비스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다. 차량 외부에 장착된 카메라와 레이더를 통해 주변을 인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차량 내부에 있는 탑승객의 행동과 사고를 관찰해 안전한 자율주행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높은 단계의 자율주행으로 진화할수록 탑승객이 자동차 내부에서 취할 수 있는 활동이 다양해지기 때문이다.

DSW는 오는 2021년 현대차가 생산하는 주요 상용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버스나 트럭 등 장거리 주행에 특화된 차량의 긴급제동장치를 작동시키거나 운전자의 부주의를 환기하는 등 다양한 영역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는 운전자 상태 경고시스템과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보유한 전문 부품사에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일본 야노경제연구소는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15년 2400억원에서 오는 2025년 6800억원 규모로 연평균 12.2%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동공 추적하는 적외선…부주의 땐 적극 경고=직접 체험한 DSW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마트폰의 안면인식과 다른 체계가 특징이다. 한 번 인식한 운전자의 동공 위치를 기억하고 움직임에 적응해 운전자가 차에서 내릴 때까지 주의력 상태를 계속 모니터링하는 알고리즘이 핵심이다.

그간 차량에 적용됐던 ‘운전자 부주의 경고시스템’이 직선 차로에서 달리는 차량의 움직임과 조향각, 브레이크 등을 통해 작동됐다면, DSW는 적외선 카메라로 직접적으로 운전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계기반에 보이지 않게 설계된 카메라는 눈동자에 맺힌 적외선 빛을 인지해 움직임을 실측한다. 현대모비스는 이목구비의 특징을 약 300개의 점으로 지정하고 동공 인식을 통한 시선 추적 기능을 추가해 정확도를 높였다. 적외선이므로 인체에 무해하면서 빛이 부족한 야간 환경에서도 정확하게 작동한다.

이는 대형상용차 사고를 예방하는 가장 적절한 해법 중 하나로 꼽힌다. 대형차는 차의 크기와 적재중량으로 제동거리가 길고, 급제동이나 급선회 시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유럽신차평가제도(Euro NCAP)이 올해부터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을 평가 항목에 반영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시스템 구현을 위한 HW(하드웨어)는 의외로 간단하다. 적외선 카메라와 계기반 내부에 추가되는 작은 전자회로가 전부다. 현대모비스는 이달부터 시제품을 제작해 상용화를 위한 막바지 단계에 돌입한다. 안면인식 기술이 상용차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생산에도 현대모비스가 직접 관여할 방침이다.

▶센싱 기술 진화는 ‘ing’…헬스케어 분야로 확장=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글로벌 스타트업과 전략적 협업을 통해 운전자 부주의 경보 시스템의 핵심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DSW 역시 스웨덴의 한 스타트업과 기술 교류가 출발점이었다. 생체 인식을 융합한 탑승자 센싱 기술을 적용해 국내 순수 기술로 발전시키는 행보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한 글로벌 스타트업인 ‘딥 글린트(Deep Glint)’도 마찬가지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탑승자 인식 알고리즘을 보유한 딥글리트의 시스템은 50m 거리에서 1초 안에 10억명 중 1명의 얼굴을 판별할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다.

선진시장에서 개방형 혁신을 위한 자체 이노베이션 센터인 ‘엠 큐브’도 운영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엔 중국 선전에 두 번째 센터를 열며 완전 자율주행 시대를 준비 중이다.

현대모비스 전자제어시스템설계팀의 지향점도 같다. 딥러닝을 기반으로 움직임과 생체인증 수준으로 인캐빈 분야의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운전자의 음주 정도를 파악하거나 감정을 인식하는 것이 실질적인 예시다. 스마트와치로 가능한 심박수를 체크하고 자동차 실내 환경을 탑승자의 기분과 상태에 따라 바꾸려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구상 중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탑승자 센싱 기술에 자동제동, 조향 등 새시 제어 기술을 연동해 심정지 등 응급 상황에서 자동차 스스로 갓길에 정차하고 긴급구조를 호출하는 형태의 시스템도 조만간 공개할 예정”이라며 “이를 통한 한시적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을 2021년 안에 선보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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